밝게 빛나는 것들이 있었다

a.zungan
20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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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8/10),
영월군 종합사회복지관의 제안으로 반년 동안 진행해온 강의를 무사히 마쳤다.
60세 이상의 연령층을 대상으로 '그림책 자서전'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한 권의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쓰고 그리는 수업 과정은 고령의 수강생에게 익숙하지 않은 작업이었다.
한편으론 그간 외면해온 상처를 다시 마주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지면을 메우고 있는 어르신들의 문장과 그림은 불편했던 과거에 용기 내어 다가가고 있었다.
나아가, 외면했던 기억 속에서 밝게 빛나는 것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해내기도 했다.
그래서 일까. 인쇄된 책자를 받아 든 이들의 얼굴에서 긴장과 걱정이 가득했던 첫 수업의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강의를 진행하고 책을 편집하면서 울컥한 적이 많았다.
한 개인이자 여성으로써, 어쩔 수 없이 어떤 이유도 없이 그저 감내해야 했던 강압과 폭력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아프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억울하고 험난했던 그 시간을 견뎌온 이들의 삶에 존경을 보낸다.





강의를 진행했던 시간만큼, 내 일상도 영월이라는 로컬 속에 좀 더 깊게 발을 들였다.
유익한 정보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골목에 숨어있는 맛집들을 찾아내기도 하고,
읍내를 가로지르는 지름길을 알게 되기도 했다. 곳곳에서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이 제법 늘어나 있기도 하다.

하지만 확장되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 속에는 소모적인 일들도 적지 않았다.
굳이 겪지 않아도 될, 피해갔으면 좋았을 불합리한 일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동안 화병에 시달려 잠 못 드는 밤이 많았다.

마지막 강의가 끝나자 어르신들께서 가까이 다가와 나에게 말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 그리고는 나를 꼭 안아주셨다.
이 수업이 없었다면, 나는 영월이라는 곳을 진작 떠났겠구나.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미쳐 그들에게 전하지 못한 인사를 이곳에 남겨두어야겠다.

"덕분에 숨을 쉬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글쓴이: 장지수(스튜디오어중간)






#나열심히살았죠 #하얀쌀밥 #슬기로운가정생활 #나는겁나는게없었어
발행처 : 영월군 종합사회복지관
발행일: 2022년 08월 10일
제작: 스튜디오어중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