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문장, 첫날의 풍경,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feat.소집지기)

a.zungan
2021-02-10
조회수 627

#Repost @gh_b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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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러 묵호에 간다고 했을 때,

사실은 큰 감흥이 없었다-


10평짜리 월셋방을 구해서, 

그 안에 스스로를 가둬놓고 

작업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왜 저렇게 사서 고생할까, 사실 그런 마음이었다-


강릉에서 전시 설치를 도우며,

묵호바다에서 끝내 퍼올린 그림이

벽에 걸려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벅차고 조금 슬펐다-


적당히 타협하고 마무리 하라고 타박하는 대신

더 응원하고 더 이야기 들어줄 걸, 싶어서


고민하고 고생하는걸 알지만

그래도 계속 그의 그림을 보고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눈부셨던 강릉의 1박2일을 잊지 못하겠다-

포장을 풀어 처음 본 바다 그림과 하얀 벽면,

햇살, 바람, 그리고 설치 작업을 조용히 지켜본 고양이 감독까지 :)


출처: 인스타그램(@a.zungan.official)


한 친구가 보내준 문장으로 전시의 서문을 대신하였다.

그러자 미술계를 좀 안다는 친구가 나에게 조언을 보낸다. 

전시의 서문이란 권위있는 이로부터 받아야 여러모로 앞 길에 좋은 거라고.


전시서문.. 권위.. 나는 순진하지 않다고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

작업 과정부터 전시장에 작품을 설치하기 까지 지켜보고 도움을 준 친구만큼 더 큰 권위가 세상어디에 있을까.라고 되묻지도 않았다.

요근래 내가 본 가장 근사한 글이라는 말로 충분했다. 




바로가기 - 장지수 작가 만나는 날, 전시 첫날, 소집일지 

출처: 소집갤러리 블로그 (blog.naver.com/storysozip)


전시회 첫 날, 별도의 오프닝 행사를 마련하지 않았다. 

가볍게 첫 날의 관람객과 인사하고 싶었다. 

전시장을 지켰다. 생각보다 많은 분을 만났다.

소집지기의 시선으로 그 시간을 기억하고 싶다.



사진 - 소집갤러리 고기은 대표





내 키보다  큰 화환이 왔다. 

곧이어 고급진 화분에 담긴 난초들도 뒤따라 왔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한동안 잊고 지낸 축하방식이었다. 


허례허식이니 어쩌니- 그런 비판적인 시각을 잠시 떠나서, 

오랜만에 본 화환과 꽃 화분이 풍겨내는 올드함이 신선했다.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을 모르는 이들도 있다.

이 방법이 가장 최선의 표현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생각을 했다.


다음 소식을 전할 땐 

"화환은 정중히 거절한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게 좋을까?

혹은 "굳이 뭘 주시겠다면 화환 말고 다른 좋은 방법들이 있다"고 소개해주는 게 좋을까?


잘 모르겠기도 하고, 굳이 지금 정해놓을만큼 중요한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래서 그건 그때가서 정해보기로 하고. 


오늘은 "관심과 응원의 마음이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로 

글을 맺는 게 좋을 것 같다.


글쓴이: 장지수 (스튜디오어중간)